수원 영통 을지대병원 부지. /임열수기자 |
대형병원 설립이 무산된 경기도 내 의료시설용지가 아무런 대책 없이 최장 17년째 장기 방치되는 등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이미 의료부지를 '천덕 꾸러기' 취급 하고 있다.
9일 수원, 안산, 용인 등 도내 자치단체에 따르면 을지재단은 지난 2007년 10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961의 11 일원 3만1천276㎡ 규모의 토지를 사들여 2011년까지 1천 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건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정 악화 및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사업을 중단, 11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터로 방치돼 있다.
인근 주민 A씨는 "10여년 전부터 병원이 들어선다고 했는데 깜깜무소식"이라며 "이후 이곳에 농사를 짓는 사람까지 생겼고, 그들이 뿌린 비료와 쓰레기 냄새로 주민들이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있는 의료시설용지도 병원 설립 계획이 취소되면서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안산 단원구 초지동 747 일원에 있는 의료시설용지(5만1천898㎡)는 지난 2013년 1월 안산시가 수자원공사로부터 275억원을 들여 매입한 뒤 의료재단 및 법인 등에 되팔아 종합병원을 유치하려 했다.
하지만 6년째 토지는 팔리지 않고 있고, 상록구에 소재한 농수산물도매시장과 환지 방식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했으나 뚜렷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부천시 상동 588의 4 일원 2만3천400㎡의 의료부지도 2002년 건축허가 취득 이후 2년 뒤 착공 신고서까지 제출했으나 인근 병원들의 병원건립 반대 민원 등에 가로막혀 17년째 방치되고 있다.
해당 토지들의 공통점은 속칭 '알짜배기 땅'이라는 점이다.
수원시 소재 의료용지는 영통택지지구와 분당선을 중심으로 한 주요 생활권과 인접해 있고, 안산 의료부지도 대학교와 바로 붙어 있으며 배후에 반월·시화공단과 인접해 있다.
하지만 의료부지로 묶여 병원 이외에 일반 건물은 지을 수 없는 데다 용도 변경 시 자칫 특혜 시비에 휘말려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도내 한 병원 관계자는 "대다수 병원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시설로 개발하지 않는 이상 방치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의료용지에 대한 다른 활용방안도 (특혜시비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